지난 10일 저녁 부산경성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 신포니에타(악장 김영희)의 제2회 정기
연주회는 인상적이었다. 20여명의 젊은 현악주자들이 들려준 일사불란한 앙상블은 부산 음
악인과 시민들에게 가슴 뿌듯한 음악적 희열과 감동을 주었다.
부산 신포니에타는 국립교향악단과 레겐스부르크 실내악단에서 10여 년간 체험을 쌓은 바이
올리니스트 김영희(39세. 부산대 조교수)가 1985년에 창단해서 상당한 관심을 모았었다.
이번 두 번째 연주회는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 라 장조>,
비발디의 <화성의 영감 제3번>,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 제7번>,
세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브리튼의 <단순 교향곡>을 레퍼터리로 선택했다.
특히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에서 들려준 섬세하고 조직적인 앙상블은 마치 베를 짜듯
정교한 조형미를 구축했고, 브리튼의 <단순 교향곡> 제2악장의 똑 떨어지는 피치카토는 이들
의 연습이 충실했다는 걸 증명했다.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와 체임버 앙상블들이 느린악장에서
보인 불안정성과 세련되지 못한 프레이징도 이들은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었고, 그 결과가
바버의 <아디지오>와 브리튼의 <단순교향곡> 느린악장에서 자신 있는 톤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음악계가 실내악에 눈 뜨고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불과 10년 남짓.
그나마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실내악 활동은 극히 제한된 음악인과 제한된 공간에서만 명맥
을 이어온 정도였다.
그러던 차에 부산대학교의 프로무지카(리더/이상근 교수)가 창단돼 꾸준한 공연활동을 했고,
부산시향이 체임버 소사이어티를 발족시켜 단원들의 실내악 활동을 권장하는 등 서서히 실
내악 운동의 열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부산신포니에타가 출현해서 앙상블 운동에 새로운 횃
불을 밝혔다.
한국의 음악계가 현실적인 필요와 미래에 대한 기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분야는 실내악이
다. 대학의 관현악 수업도 점차 실내악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고, 청중들의 관심도 많이 달라
졌다. 10일 저녁 경성대 콘서트홀을 입추의 여지없이 메운 청중이 그것을 증명했다.
부산신포니에타의 이번 공연은 현악합주단으로서는 최초로 하프시코드를 사용해서 악기의 구
색도 갖춘 셈이다. 그러나 파헬벨의 <카논>과 비발디의 <화성의 영감>에서 드러난 하프시코
드와 현악합주의 조현적 불균형은 앞으로 풀어야 할 연구과제다.
하프시코드 조율이 문제인지, 악기자체의 결함인지 시급히 규명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 하프시코드를 채용한 앙상블에서 현악합주와 하프시코드의 음향적 균형에 대한 연구와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협연 / 한명희)에서 드러났듯 독주악기와 앙상블의 유니즌에서 음량적
균형도 연구 과제로 남는다. 하프시코드가 거의 들리지 않아서다.
객원지휘자 박은성(서울시향 부지휘자)의 정확하고 깔끔하며 성의 있는 비팅이 큰 받침이 됐
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1986년 부산일보
부산 신포니에타 대만 공연 리뷰
바이올리니스트 김영희를 중심으로 부산의 젊은 현악기 주자 15명으로 구성된 부산신포니에
타는 첫 연주회를 1985년 7월 12일에 가진 이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악단의 리더 김영희는 이화여대, 뮌헨국립음대에서 수학하고
서울아카데미 앙상블,
국립교향악단,
레겐스부르크 졸리스텐,
부산 피아노 트리오의 멤버로 경력을 쌓은 후 이 실내악단을 이끌고 있다.
1981년에 부산에 정착한 이후
부산 피아노 트리오,
부산 청소년 교향악단,
부산대 <프로 무지카 앙상블>에 참여하는 한편 이들 악단의 음악적 발전에 견인 역할을 감
당해 왔다.
부산 신포니에타는 제1. 제2 바이올린 각 4명, 비올라와 첼로 각 3명, 더블베이스 1명으로
조직돼 있고, 멤버들은 대학교수이거나 부산시향 단원들이다. 창단 이래 매년 두 번의 정기
공연과 3.4회의 특별공연을 가져온 이들은 부산실내악의 대표적 존재로 뿌리를 내렸다.
창단 3년째에 접어든 1987년이 시작되자마자 아시아작곡가연맹 대만총회가 이들을 초청했
다. 아시아작곡가연맹은 음악관련 국제단체로서는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대만은 상임위원을 두고 사무실을 운영하고 국제교류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 이 연맹에 가
입한 국가들 중 가장 활발한 활약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만 총회장을 맡고 있는 허상혜(許常惠, 국립대만사범대 교수)는 국제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노교수로서 대만을 대표하는 작곡가다.
부산 신포니에타 대만 연주회는 1월 6일 오후 7시 타이베이 중심가에 있는 친추안 홀(實踐
堂)에서 있었다. 약 8백의 객석을 보유한 연주 홀 이었다.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바장조,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 라장조,
보케리니의 마드리드의 야간행군,
대만 작곡가 허상혜의 창작품 등으로 공연이 진행됐고, 지휘를 맡은 이광민(재미, 박사학위
이수 중)의 차분한 리드와 단원들의 진지한 연주가 정겨운 감동의 파문을 일으켰다.
이로써 부산 신포니에타는 부산 실내음악계 최초의 국제무대 진출을 값진 성과로 장식할 수
있었다. 공연이 있던 날이 때마침 타이베이 각 대학의 학기말 시험이 있는 형편이어서 객석
이 많이 빌 것으로 우려했지만 청중도 많았고, 우리 대사관 직원들도 참석해서 단원들을 격
려했다.
대만 공연을 계기로 부산신포니에타는 앙상블 연마에 더욱 채찍을 가할 것을 다짐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음악적 진로에 커다란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이번 해외공연의 성과일 것이다.
1987년 1월 부산일보
창단 5주년 기념공연 리뷰
부산 신포니에타가 5월 14일 부산문화회관에서 가진 창단 5주년 기념연주회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창단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수준의 앙상블을 꾸준하게 들려주면서 이 지역에도 실
내악다운 실내악이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것은 부산 연주사라는 측면에서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그룹이 탄생되기 이전에도 부산에 현악합주단이 없었던 것은 아
니었다. 그러나 이전 그룹들의 연주 기량은 평가의 대상이 되지 못할 정도로 입지를 닦지 못
한 채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저간의 형편 이었다. 이를테면 부산 신포니에타의 탄생이 이 지
역 현악합주의 실질적인 출발이라고 말해도 좋다는 것이다.
두 번째의 의미는 한 사람의 의욕적이고 역량 있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실내악 운동에 있어
서 얼마나 중요한지 이 그룹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김영희(바이올린, 부산
대 교수)의 실내악에 대한 열의와 의욕, 지도력이 오늘과 같은 결실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우
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또 하나의 의미는 이 그룹이 오늘과 같은 꾸준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실내악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민간 매니지먼트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이
다. 부산예술협의회의 그간의 역할은 예술진흥에 있어서 매니지먼트의 존재가 얼마나 긴요한
존재인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창단 이후 12번째 연주회인 이날 이들이 선택한 곡목은
안드리에센의 쿠라우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4번,
헨델의 합주협주곡 라장조,
야나체크의 목가 등이었다.
박성완(부산대 교수)을 객원지휘자로 진행된 연주는 특히 헨델의 작품에서 훌륭한 앙상블을
들려주었다. 20여명 단원들은 정밀하게 계산된 호흡과 보잉으로 이 작품이 요구하고 있는
우아한 아름다움과 세련미를 자신 있게 표출했다. 박성완의 성실하고 열의를 다한 비트는 강
약의 대비는 물론 전체적인 아고기그의 유연한 운용, 효과적인 뒤나믹스의 표출을 연출해서
객석의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근래 부산 공연에서 보기 드문 명연주로 기록해도 좋을
듯싶다.
그러나 양성식을 독주자로 세운 모차르트의 콘체르토에서 이 그룹은 현저한 연습부족의 흠
을 드러냈다. 양성식의 건실한 연주에 오히려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부분이 도처에서
삐걱거렸다. 큰 아쉬움이다.
또한, 레퍼토리의 분량이 과중해서 야나체크의 작품에서 앙상블의 이완현상이 심했던 점은
차기 공연을 위한 좋은 자료가 되리라 본다.
지난 5년간 이 그룹은 레퍼토리의 확대를 부단히 꾀해 왔고 또한 그러한 노력이 상당한 결
실을 맺었지만, 이제부터는 고유한 컬러를 창출하는데 보다 심도 깊은 음악적 결집력을 투자
해야 하겠다. 유수한 실내악단들이 독특한 팀 컬러로 청중에게 어필하고 있는 작금의 세계적
현상에 눈 뜨자는 것이다.
1988년 5월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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