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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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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성악가, 獨 바그너 聖地에 우뚝



** 사진 /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제공

▶ 사무엘 윤, 연광철, 바이로이트 축제 오페라 동시 출연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서 함께 호흡, 사상 최초 한국인 동시 출연

막이 내려오고 조명이 꺼지자 관객들이 마룻바닥을 발로 구르는 소리가 천둥
처럼 몰아쳤다. 26일 밤(현지 시각) 독일 바이에른주(州)의 소도시 바이로이트
의 축제극장. 나비 넥타이를 맨 검은색 정장 차림의 신사들과 화려한 드레스
로 성장한 여성들이 흥분한 아이들처럼 발을 구르며 브라보를 외쳐댔다. 이날
개막 공연을 마친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보내는 환호였다.

지휘를 맡은 크리스티안 틸레만(55)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음악감독을 비롯,
바리톤 사무엘 윤, 베이스 연광철이 대여섯 차례 불려나왔다. 사무엘 윤은 이
날 주인공 '네덜란드인'을 불렀고, 연광철은 노르웨이인 선장 달란트로 나섰
다. 바그너가 1876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을 만든 지 138년 만에 한국인 성악
가 2명이 같은 작품의 주역 둘을 맡아 함께 출연한 것은 처음이다. 바이로이
트 축제는 전 세계 바그너 애호가들이 성지(聖地)로 꼽는 최고의 음악 축제이
다.

7월 26일,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열린 바그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주역으로
출연한 바리톤 사무엘 윤(오른쪽)과 베이스 연광철. 140년 가까운 바이로이트
축제 역사상 한국인 성악가 2명이 한 작품에서 주역을 맡은 것은 처음이
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영원히 바다를 떠도는 저주를 받은 유령선의 '네
덜란드인'이 젠타의 사랑을 받아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 30대 연출가 얀 필립
글로거(Gloger)는 '네덜란드인'은 비즈니스맨으로, 달란트는 선풍기를 만드는
기업가로 바꿨다. 무대는 현대 또는 미래 도시처럼, 고층 건물과 번쩍이는 불
빛으로 현란했다. 쉴 새 없이 바뀌는 숫자는 주가(株價)가 오르내리는 모습을
표현했다.

양복 차림의 사무엘 윤은 여행용 캐리어에 돈을 잔뜩 넣어 다니며 자신을 구원
해줄 여인을 찾아다녔다. 첫 등장부터 진지하고, 울림 깊은 목소리로 목표 없
는 현대인의 고뇌를 담아냈다. 연광철은 사업 궁리에 여념 없는 기업가였다.
'네덜란드인'의 재력(財力)을 보고, 딸 젠타를 넘겨주면서 사업 기회만 떠올리
는 기회주의자이면서도 밉지 않은 달란트였다. 1막의 하이라이트는 사무엘 윤
과 연광철이 15분 넘게 이중창을 부르는 대목. 사무엘 윤의 고뇌 어린 목소리
와 연광철의 따뜻하면서도 힘 있는 저음(低音)이 잘 어울렸다.

패기만만한 글로거의 연출과 독일을 대표하는 지휘자 틸레만의 조련, 그리고
사무엘 윤의 활약은 이 작품을 최근 바이로이트의 대표작으로 만들었다. 바이
로이트는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을 비롯, 보통 1년에 1편씩 신작을 올리고,
한번 올린 작품은 5~6년씩 이어진다. 2012년 시작한 '방황하는 네덜란드
인'은 사무엘 윤에겐 기회의 무대였다. 원래 배역을 맡았던 성악가가 과거 나
치 문양을 새겼다는 스캔들 때문에 도중하차하고, 최종 리허설을 5시간 앞두
고 투입됐다. '바이로이트를 구한 성악가'란 보도가 나올 만큼 그의 노래는 성
공적이었고,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3년째 바이로이트에서 '네덜란드인'을 부
르고 있다. 1996년부터 바이로이트에 서온 연광철은 틸레만의 '긴급 호출'을
받고 올해 '탄호이저'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발퀴레'에 긴급 투입됐다.

연광철은 전날인 25일 바이로이트 축제 개막 공연 '탄호이저'에도 주역 헤르
만 영주로 나서 출연진 가운데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이날 시작 25
분 만에 무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공연이 중단되고, 관객들이 40여분간 극
장 밖에서 대기하는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연광철, 사무엘 윤이 극장 밖을 나서자 이들을 알아보고 사인을 부탁하거나 사
진 촬영을 요청하는 팬들이 몰려들었다. 맥주 한잔 마시기 위해 들어간 카페
주인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바이로이트의 스타였다. 베이스
전승현(서울대 교수)도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 중 하나인 '신들의 황혼' 주
요 배역인 하겐에 나선다.

◈ 출처 / 조선일보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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